며칠 전, 목포 이로웰빙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다녀왔습니다.
햇살이 쨍하면 금세 지쳐버릴 것 같아, 원래는 해 질 무렵을 좋아하지만
이날은 비가 내린 다음 날이라 하늘이 잔뜩 흐렸어요.
그래서인지 낮 시간대에도 괜찮겠다 싶어,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두 시간 정도 여유롭게 달리기로 했습니다.
공기 중에는 비 냄새가 남아 있었고,
도로 위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빗방울 자국이 반짝였습니다.
달리다 보니 머리카락 끝으로 닿는 바람도 차분했고,
어느새 마음까지 조용히 가라앉는 듯했어요.
이로웰빙공원은 무안에서도 가깝고,
도로 폭이 넓어서 초보자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곳이에요.
주말이라 그런지 걷는 분들도 많았고,
유모차를 끄는 가족, 손잡고 산책하는 어르신들,
그리고 운동복 차림의 동네분들까지 —
모두 각자의 속도로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 비 온 뒤 황토길, 의외로 많은 사람들
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니 황토길(맨발길) 구간이 눈에 들어왔어요.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황토가 질척질척,
곳곳에 작은 웅덩이가 생겨 있었죠.
“야, 저길 누가 맨발로 걸을까?”
동생이 웃으며 말하길래 저도 따라 웃었어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보니 놀랍게도
맨발로 천천히 걷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그분들은 담담하게,
발로 흙을 느끼며 걷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웰빙공원’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비에 젖은 황토의 냄새, 살짝 미끄럽지만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그 길을 맨발로 걷는 용기.
삶을 천천히 음미할 줄 아는 분들이라서 가능한 여유겠죠.
“우리도 다음엔 운동화 벗고 걸어볼까?”
장난처럼 말했지만, 왠지 그날 이후로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 잠시 쉬어가는 시간
조금 달리다 보니 다리 아래 그늘진 쉼터가 나왔습니다.
비가 그친 뒤라 그런지 바람이 선선했고,
멀리서 파크골프 치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 한 모금 마시며 쉬었는데,
그 순간이 참 좋았습니다.
핸드폰도 내려놓고, 사람들도 말없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운동을, 누군가는 산책을,
누군가는 그냥 잠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어요.
그 평화로운 공기가 마음까지 씻겨내는 듯했습니다.
요즘은 바쁘게만 살다 보니
‘이렇게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천천히 느끼는 게 진짜 힐링이구나 싶었습니다.
🏞 공원 속 또 다른 풍경
이로웰빙공원 옆에는 파크골프장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 위에서
공을 치며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나도 나중에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건강하게 움직이고 싶다.”
그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바쁘게 사는 세상 속에서도
이 공원 안에서는 다들 한 템포 느리게 살아가는 듯했습니다.
‘웰빙’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평안임을 다시 느꼈습니다.
🌇 마무리하며
흐린 날씨라 그런지, 햇살 없이도 모든 것이 부드러워 보였어요.
자전거 위에서 맞는 바람도 포근했고,
노을빛 대신 구름이 만들어준 은은한 하늘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건강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동생과 함께 웃으며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참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 오늘의 한 줄
비 온 뒤의 공기, 황토길의 냄새, 그리고 여유로운 오후.
마음이 고요해지고, 삶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
🌿 그리고 앞으로
목포나 무안처럼 가까운 곳이라도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이렇게 돌아보고 싶어요.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남기는 일기 한 장처럼.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이런 작은 풍경들을 기록해두면,
언젠가 마음이 지칠 때 꺼내 읽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오늘의 이 기억도 그렇게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포 구청호시장, 제철 민어 와 반건조 생선 (2) | 2025.10.07 |
---|---|
담양 국수거리 & 오리배 타는 곳, 메타세쿼이아랜드 하루코스 추천 (0) | 2025.10.05 |
무화과 먹는 방법 & 보관법 | 껍질째 먹어도 될까? (0) | 2025.10.03 |
무안 일로 전통시장 — 장날의 소박한 즐거움 (0) | 2025.10.01 |
무안 무화과 — 가을에 맛보는 특별한 선물 (1) | 2025.09.29 |